발표나 말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물론 연기자처럼 준비하면 된다. 대사를 달달 외우고, 말투와 손짓을 반복해서 연습하면, 누구나 그럴듯한 발표를 할 수 있다. 연습된 말은 리듬이 있고, 흐름이 있고, 전달력도 생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준비 시간이 충분할 때 가능한 방식이다.
즉흥적인 상황, 가령 인터뷰처럼 예상할 수 없는 질문이 튀어나오고, 내 생각을 즉시 꺼내야 하는 자리에서는 다르다. 그럴 땐 암기한 말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 순간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 바로 '정직함'이다.
정직함은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정직하다는 건 먼저 지금 내 감정 상태를 내가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떨리고 있는지, 긴장하고 있는지,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닌지,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리고 그 감정을 숨기거나 감추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지금 조금 긴장돼요”, “정리가 덜 됐지만 솔직하게 얘기해볼게요” 같은 말은 부족한 듯 보이지만 오히려 말에 온기를 더한다. 듣는 사람은 말이 완벽한 사람보다, 감정이 진짜인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말에 꾸밈이 많아지면 그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진다. 있는 척, 아는 척을 시작하면 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설명과 더 많은 가면이 필요하다. 처음엔 괜찮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그 말에 눌리게 된다. 반면 정직한 말은 늘 가볍다. 굳이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실수해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진짜 말은 자신에게도 편하고, 듣는 이에게도 편안한 공기를 만든다.
정직함이 익숙해지면, 상대의 감정도 보이기 시작한다. 내 감정에 민감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감정에도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이 감정의 흐름을 읽는 능력은 말하기 능력의 본질이다. 결국 말을 잘한다는 건 멋진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내 방식으로, 내 감정과 함께, 내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발표든 인터뷰든, 결국 핵심은 같다. 정직함과 나다움, 이 두 가지가 말하기의 가장 단단한 출발점이자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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