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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tv 칼럼

한명석 작가의 신간 에세이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고

by 마인드TV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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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작가의 신간 에세이 『엄마에게 가는 길』을 읽고

 

"엄마에게 가는 길, 나에게 돌아오는 길"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마음을 내려놓았다. 한 달 전 1년간 모신 장모님을 장인어른 곁으로 보내드린 것이 한몫했다. 울컥함보다 고요함이 더 컸다. 한명석 작가의 글은 감정을 쥐어짜지도, 슬픔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담담한 고백이 담겨있다.

 

엄마에게 가는 길은 알츠하이머 판정받은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한 기록이다. 이 책은 한 노모의 투병기가 아니다. 엄마라는 삶 이전에 내 삶을 살아보자는 다짐과 같은 글이다.

 

엄마를 버렸다는 죄책감에서 면죄 받고, 편안함이 나를 적시던 경험이 꼭 마법 같았다.”

그 대답은 엄마에게 '자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런 문장들은 나는 어떤 자식이었는가보다 나는 어떤 인간인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작아진다. 하지만 이 책은 작아지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성찰의 언어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오줌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엄마를 변기에 앉혀놓고 화를 내던 장면. 이미 겪은 이에게는 큰 공감을,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이에게는 미리 경험하게 만든다. 그건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분노의 순간이자, 인간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죽고 싶지 않아도 죽을 것이니 미리 죽지 마라. 오직 그때,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네 죽음을 받아들여라.” 김이경 작가의 이 문장을 인용하며, 작가는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글쓰기의 필요를 말한다.

 

책을 덮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장모님과의 시간이 천천히 떠올랐다. 어린애처럼 브이를 그리며 자세를 취했던 사진을 다시 꺼내 본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더 솔직한 하루를 살고 싶다는 생각만 남았다.

 

삶은 어쩌면 엄마에게 가는 길처럼, 결국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엄마에게가는길 #한명석작가 #삶과죽음 #딸의성장기 #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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