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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해보자. 100명이 재판을 받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사가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고등법원에 상고한다. 다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100명 중 약 5명은 무죄가 유죄로 바뀐다. 이때 95명은 여전히 무죄이지만, 돈과 시간, 명예와 관계 등 소중한 것을 잃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사가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에서 무죄가 유죄로 뒤집히는 확률은 약 1.5%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98.5%의 사람은 이미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무죄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잃은 것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재판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때때로 검사 측의 무리한 상고로 인해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구조다. 상고가 반복될수록 피고인은 법적 불확실성과 막대한 소송 비용, 사회적 낙인에 시달린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판사 3명이 합의해 무죄를 선고하면 검사가 상고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가 있다. 이는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상고를 제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우리 역시 이제는 비슷한 장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절차이지, 권력기관의 집요한 집착을 관철하는 도구가 아니다.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국민이 ‘무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정의로운 사법 제도, 그것이 진정한 법치주의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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