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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tv 칼럼

하기정 시인의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모악, 2024)』을 읽고

by 마인드TV 202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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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정 시인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

 

물 흐르듯 마음을 건너는 산문집, 하기정 시인의 『건너가는 마음(모악, 2024)』은 말 그대로 "마음의 강"을 조심스레, 때로는 담대하게 건너가는 기록이다. 시인이자 산문가인 그가 써 내려간 문장들은 격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이 책은 단순한 일상의 기록을 넘어, 시인이 세상과 관계맺고 자기 안을 탐색하며 발견한 사유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부 '빈 문서와 빚문서 사이에서'는 창작자로서의 내면 풍경과 불안, 일상 속의 직관을 담고 있다. "연고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영감이란 없다"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글을 쓴다는 일이 요행이 아닌, 지속적인 감각의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밤의 산책자들'에서는 낮에는 닫혀 있던 감각들이 밤의 적막 속에서 열리는 순간들을 포착하며, 글쓰기의 리듬을 조율하는 태도를 엿보게 한다.

 

2부 '혼자인 것의 아름다움'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와 깊이를 되새긴다. ‘까치는 말없이 사랑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대목은 시인이 지향하는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한 ‘삶을 통째로 들고 가려는 거니?’라는 자기 물음은 절망의 순간조차도 다독이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다.

 

3부 '오래전 그런 말이 있었지'는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이다. "예술가는 자기 작품이 최고라고 착각해야 그 착각으로 밀고 나간다"는 문장은 창작의 뿌리가 되는 자기 확신을 드러낸다. 또한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에서 이 책의 전체 주제가 읽힌다.

 

이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은 시인의 시선으로 포착한 아주 일상적이지만 쉽게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다시 불러내고, 그 안에 감춰진 질문을 함께 품게 만든다. 삶의 결이 거칠어질 때, 이 책을 펼치면 마음이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이유다. 시를 쓰는 사람은 많지만 시인이 되기는 어렵다는 말처럼,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만 삶을 ‘시처럼’ 사는 이는 드물다. 하기정 시인은 그 드문 사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하기정시인 #건너가는마음 #모악 #산문집 #내면탐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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