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나 인물 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 선거는 우리가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고 있으며, 얼마나 깊게 분리되어 있는지를 정치적으로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나는 이 선거 결과에서 두 가지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첫째는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이다. 41%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놀라웠다. 계엄령 발언을 비롯한 야단법석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단단했다. 이는 단지 정책이나 공약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형성된 정치적 감정과 정체성, 그리고 ‘내 편’에 대한 충성심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정책 경쟁의 선거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번 대선도 이념과 감정의 충돌이었다.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이들은 실은 김문수라는 인물보다, 그가 상징하는 "기억"을 지지한 것이다. 그 기억은 산업화 세대의 자부심일 수 있고, 진보 정권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상징’으로서 그는 선택받았다. 이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정치적 고착, 즉 부동 지지층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
두 번째로 놀라웠던 건 투표 지형이다. 동과 서, 즉 영남과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지 양상은 마치 지도에 경계선을 그어놓은 듯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선거 후 지도에서 이런 대립적 색깔을 보게 될까? 21세기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여전히 우리는 정치적으로 분단된 감정 속에서 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이제 자신을 뽑은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반대한 사람들의 대통령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펼쳐야 할 정치는 통합의 정치다. 문제는 '통합'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통합은 슬로건이 아니라 '감정의 회복'이다.
정치가 통합을 말할 때, 국민은 회의적으로 반응한다. 왜냐하면 지난 20년간 우리는 수없이 통합을 말했지만, 실제론 더 나뉘었기 때문이다. 통합은 결국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국민의 감정을 회복시키는 일에서 시작된다. 서로를 ‘틀렸다’라고 말하는 대신, ‘그럴 수도 있다’라고 인정하는 태도. 상대 진영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최소한의 노력. 그 작은 태도 변화에서 통합은 시작된다.
이번 대선이 남긴 중요한 과제는 이것이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분리된 이유는, 단순한 지역이나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감정의 피로 때문이다. 정보 편향, 미디어 구조, 그리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프레임이 이 감정을 더욱 고착시켰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다음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서적 통합 정책.
정부는 사회 갈등 조정 기구와 지역 간 소통 창구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단순한 대화의 장이 아니라, 정서와 생활의 간극을 좁히는 실질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둘째, 미디어 개혁 및 정보 신뢰 회복.
가짜뉴스를 넘어서, 뉴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줄이는 공적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공정한 정보가 없으면 통합도 없다.
셋째, '승자 없는 정책' 설계.
특정 진영의 이익이 아닌, 보편적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통합의 정치는 반드시 "누구도 패배하지 않는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 각자의 태도다. 나는 나와 다른 이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내가 가진 정보는 어느 편향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통합'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2025년 대선은 어쩌면 한 시대의 거울이었다. 분열된 거울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얼굴을 본다. 이제는 그것을 이어 붙여야 할 시간이다. 정치가 시작되는 곳은 국회가 아니라, 내가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부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RGrx4XcLJpA
'마인드tv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시대, 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될까? (5) | 2025.06.04 |
---|---|
“소년공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여정 (2) | 2025.06.04 |
매일 글을 쓰는 사람들의 비밀 (0) | 2025.06.04 |
이지연 작가 신간 『성장은 착각이다』, 기억에 남는 사람의 3가지 조건은? (4) | 2025.06.03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글쓰기 준비 운동’ (0) | 2025.06.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