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결국 먹는 대로 늙는다.’
나는 이 말을 오래도록 곱씹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투자와 심리, 글쓰기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음식이라는 일상적 주제가 이렇게 깊고 묵직하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다.
책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스노우폭스북스)』은 18세기 일본의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가 남긴 음식과 절제, 그리고 인간 운명에 대한 철학을 담은 고전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식습관 교본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인문서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을 반추하게 된다. 내가 얼마나 자주, 아무 생각 없이 허기를 채워왔는지. 혹은 배고픔을 감정의 해소 도구로 오용하고 있었는지를.
절제하지 못하는 자는 하늘의 복도 잃는다
남보쿠는 말한다. "사람의 운은 관상보다 음식에 달려 있다"고. 이는 단지 건강을 지키라는 말이 아니다. 그는 음식의 ‘양’뿐 아니라 ‘의미’와 ‘태도’를 중요시한다. 하루 세 공기를 먹던 사람이 한 공기를 신에게 바친다는 마음으로 줄이고, 그것이 곧 공양(供養)이라는 해석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쓰는 글도, 내가 만드는 유튜브도 결국 ‘무엇을 얼마나, 왜’ 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많이 먹는 것이 죄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 그 무의식은 몸뿐 아니라 삶 전체를 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식은 곧 철학이다
책에는 하루 보리밥 다섯 숟가락만으로 평생을 산 남보쿠의 실천적 철학이 녹아 있다. 그는 쌀밥조차 사치라며 삼갔고, 술도 하루 한 잔으로 제한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운명은 음식을 통해 조율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걸 실제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이 먹을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허기 때문이 아니라 불안과 욕망을 먹고 있는 것이다. ‘감정적 포만감’을 얻기 위해 배가 부르지도 않은 위장에 계속해서 밀어 넣는 것이다. 그건 단지 소화 기관만 혹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식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배고픔을 견디는 힘,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남보쿠는 “항상 소식하는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식사를 거르면 자연히 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평온하게 맞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병들어도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어떻게 죽느냐는 다르다. 음식 절제는 결국 삶의 태도이며,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야말로 철학이자 수행이다.
절제는 부의 씨앗이다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여기에 도달한다.
“음식에 엄격한 사람은 다른 모든 것에도 엄격해진다.”
이는 곧 투자자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덜 욕심내는 사람이다.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평소 구독자에게 ‘계획된 소비, 꾸준한 적립식, 내면의 불안을 다스리는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난한 관상이라도, 절제하는 사람이면 복을 누릴 수 있다는 남보쿠의 말은, 현대의 투자 원칙에도 통하는 진리다. 절제는 결국 부의 씨앗이며, 평생을 지켜주는 마음의 근육이다.
아이에게 남길 유산은 절제의 몸가짐
남보쿠는 자손의 번영을 위해 부모가 꼭 해야 할 한 가지로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가슴이 먹먹했다. 나 역시 한 아이의 아버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음식을 남기거나, 무의식적으로 간식을 입에 넣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아이는 그 모습을 따라하며 자란다. 우리가 남기는 음식은 단지 밥이 아니라, 절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교육의 실패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단식의 책이 아니라 ‘절제의 철학’이다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은 어떤 극단적인 절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무의식적인 먹기’를 멈추고, 삶의 리듬을 조율하라고 말한다. 하루 한 끼 덜 먹는 것으로 세상을 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 끼의 의미를 알고 먹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삶의 식탁 위에서 다시 읽는 고전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식탁 앞에서 잠시 멈춰본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묻는다.
“정말 지금 배가 고파서 먹는가? 아니면 마음이 허해서인가?”
그 질문을 하루 한 번씩 반복하다 보면, 삶의 속도도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서, 진짜 내 삶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미즈노 남보쿠가 말한 하늘의 복, 음식으로 다스리는 운명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Zszn7vVg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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