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다 보면 반드시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나만 마이너스일까?”
주변 사람들은 수익 인증하고, 경제 뉴스에선 ‘지수 최고치 경신’이란 말이 나오고, SNS 알고리즘은 자꾸 수익률 자랑 콘텐츠만 보여준다. 그사이 내 계좌는 여전히 푸른빛. 마치 나 혼자만 틀린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신중히 결정했는데 ‘나만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깊어진다.
‘나만 그런가?’는 착각이다. 심리학에서 이를 고립 효과(isolation effect)라고 부른다. 자신의 실패나 손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순간, 사람은 마치 ‘이 상황을 겪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서 마이너스는 ‘예외’가 아니라 ‘경험’이다. ETF든 개별주든 모든 투자자는 일시적 손실을 겪으며 성장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감정적으로 이 사실을 잘 잊는다. 타인의 성공만 눈에 보이고, 내 실패는 크게 확대되어 다가온다.
감정은 상황을 과장한다. ‘나만 마이너스야’라는 감정은 현실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심리 현상이다. 같은 마이너스 10%라도 누군가는 ‘좋은 매수 기회’로 여기고, 다른 누군가는 ‘나는 이래서 안 되는구나’로 해석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감정이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힘들 때 뇌는 비교하며 과장하고, 실패를 일반화하며, 예외적 상황을 보편적 문제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마이너스'는 '항상 마이너스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식의 비관적인 예언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 감정은 진실이 아니다. 그건 단지 ‘지금 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뿐이다.
몇 년 전, 나는 한 종목에서 6개월 이상 수익이 나지 않는 상태를 경험했다. ETF 구성도 잘 짰고, 매수도 계획대로 진행했는데 시장 상황과 시기적 조정으로 마이너스 30%까지 떨어졌다. 그 당시 내 주변에선 ‘AI’, ‘반도체’라는 단어가 뜨거웠고, 해당 섹터 ETF는 빠르게 반등하는 중이었다.
나는 스스로가 어리석게 느껴졌고, 내 ETF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 정말 그때는 ‘나만 마이너스인가?’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 감정에 휘둘렸다면 아마 나는 그 ETF를 팔고, 다른 ETF로 갈아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딱 한 가지를 했다. 나의 기준과 목표를 다시 정리해보는 것.
‘나는 왜 이 ETF를 선택했는가?’
‘내가 이 자산을 5년 보유하겠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지금 이 마이너스는 내 판단이 틀린 것인가, 아니면 시장 상황인가?’
이 질문들을 따라가며 나는 감정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한 발 떨어졌을 때, 나는 다시 나를 신뢰할 수 있었다. 감정이 흔들릴 때, 투자 기준이 당신을 지켜준다. ETF 투자의 성공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잠깐의 마이너스는 그 길을 흔들 수는 있어도 그 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만든 기준이 명확하다면, 그 기준은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나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07ZKqCGp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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