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디자이너로 유명한 편해문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분의 말에는 오랜 시간 아이들을 지켜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이 있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놀이와 교육’에 관해 정리해본다.
아이에게 놀이란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니다. 놀이 속에는 삶의 모든 배움이 녹아 있다. 겉으로는 쓸모없어 보이는 놀이가 아이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아이의 성장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애착 “가까이 있어 주는 힘”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애착이다. 애착이란 많은 걸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편안함을 주는 존재로 있어 주는 것이다. 그 대상이 꼭 부모일 필요는 없다. 아이가 마음을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라면 충분하다.
요즘 부모는 ‘아이를 위해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말에 시달린다. 일주일 내내 일터에서 바쁘게 지내다가, 주말이면 체험학습과 학원 스케줄로 다시 달린다. 그러나 애착이 필요한 시기에 정말 중요한 건, “괜찮아.” 한마디 말로 안정감을 주는 어른의 존재다. 넘어져도, 실패해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어른. 그 존재감이 아이 마음의 안전기지이자 세상을 배우는 첫 번째 단계다.
2. 독립 “스스로 해보는 용기”
초등 시절부터는 독립이 중요하다. 스스로 해보는 경험, 실패를 감당해보는 용기 속에서 책임과 판단이 자란다. 편해문 선생님은 응급실에 실려 오는 아이들의 공통점을 이야기하셨다. 평소 넘어지고, 까지고, 멍들며 놀아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위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을 모르는 것이다.
오히려 자주 다쳐본 아이가 위험을 예측하고 스스로 지키는 법을 안다. 아이에게 놀이란 세상을 실험하는 과정이다. 만들고, 부수고,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의 내면에는 수많은 질문이 일어난다. “왜 이렇게 될까?” “다시 하면 다를까?” 그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힘이 곧 배움의 시작이다.
체험과 놀이는 다르다. 체험은 완성된 결과물을 집에 들고 가지만, 놀이는 부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한다. 바로 그 창조와 파괴의 반복에서 아이는 스스로 묻고, 답하고, 동기를 느끼는 법을 배운다.
3. 자율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
성장의 마지막 단계는 자율이다. 엄마는 엄마의 삶을, 아빠는 아빠의 삶을, 그리고 아이는 아이의 삶을 살아가는 것.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성장하는 관계, 그것이 진짜 교육의 완성이다.
편해문 선생님 강의의 마지막 장면이 오래 남았다. 마을 공터에서 여러 아이가 함께 노는 사진이었다. 그는 그 사진 한 장으로 ‘이상적인 놀이’를 설명했다.
첫째, 나이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함께 논다.
둘째, 남녀가 섞여 논다.
셋째, 조금 부족한 아이도 함께 논다.
이 세 가지가 모여야 비로소 완전한 놀이가 된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바로 삼각산재미난학교가 그 이상적인 놀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와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이런 놀이의 개념이 스며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정답에 가까운 길을 아는데, 우리가 포기할 이유는 없다.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2025년 11월 1일(토) 오후 1시30분
초중등 대안교육 그리고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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