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이라고 봐야겠죠. 제가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요. 네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돈도 안 되는 글쓰기에 왜 이리도 목을 매는 걸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글쓰기라는 생지옥을 경험하다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과거 직장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기사 한 편을 의뢰받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분량은 쉽게 쓸 수 있을 거 같아 넙죽 수락했죠. 그 결정이 지옥문을 여는 선택이었단 사실을 단 하루 만에 깨달았습니다.
글을 써야 하는 건 머리로 알겠는데 도대체 글이 한 줄도 나아가지 않는 거예요. 한두 줄 쓰면 '이건 아니야'라며 바로 지워요. 다시 2~3줄 어렵게 쓰면 '난 무슨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막혀 다시 지워요. 쓰다 지우다 반복하며 몇 시간을 보냅니다.
자기 전에도 떠올라요. '글을 써야 하는데 뭘 서야 하지? 잘 쓸 수 있을까? 어떤 주제를, 어떤 메시지를, 어떤 의미를 담아서 써야 하지? 남들이 글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오만가지 생각에 밤잠도 설칩니다. 낮에도 밤에도 글쓰기에 시달린다면 이게 바로 생지옥 아닐까요? 다음에 꼭 써서 보내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과 함께 지옥문을 닫는 경험을 했죠.
연구소 생활을 하며 위사람에게 여러 보고를 했습니다. 제 상사분은 보고서 쓰는 스타일이 딱 정해져 있어요. "짧고 간결하고 메시지 명확하게!" 이 스타일에 맞게 글을 쓰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군더더기 많은 글, 명확하지 않은 글을 쓰지만, 그때 배운 덕분에 글쓰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다시 접하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계기는 먹고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장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1인기업'이라는 홀로서기를 시작했어요. 저라는 사람을 주변에 알리려면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 이후 거의 매일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죠.
초반엔 저를 알린다는 생각에 홍보나 마케팅 관점의 글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러다 제 생각을 조금씩 추가하며 글을 썼습니다. 어느 날 저도 모르게 글이 써지는 경험을 합니다. 제가 글을 쓴다기보다 제 손이 뭔가에 홀린 듯 받아 적는 기분이었습니다. 늘 그런 기분은 아니었지만 글을 계속 쓰다가 가끔 그런 순간을 경험하죠.
글쓰기에 관한 여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됩니다. 진짜 글쓰기의 의미를. 쉽지 않았지만 내 안에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너무 날 것 같아 부끄럽고, 경험과 지식의 바닥을 드러나 창피한 기분이었지만 우선 글로 적었습니다. 남들에게 보일 것인지 판단한 후 하나씩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나를 찾는 여정의 시작
외부를 향한 글과 내면을 향한 글을 오가는 글쓰기가 시작됩니다. 때론 많이 아는 척, 지식을 자랑삼아, 영업을 위해, 글을 썼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변명으로 나 자신을 위로했죠. 때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서 자기 이해, 자기 관찰, 자기 성찰의 글을 썼습니다. 이런 글은 내가 쓴다는 것보다 뭔가에 이끌려, 또는 누군가를 대신하여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이었어요.
내면의 글쓰기를 하면 할수록 수많은 영감이 떠올랐어요. 산책하다, 책을 읽다, 영화를 보다, 나무를 만지다, 밥을 먹다가, 설거지를 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한 편의 글이 되었죠.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이게 무슨 개떡 같은 글이야!'라며 바로 버린 글도 많았어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마음을 대변하는 글을 쓰면 속이 시원했어요. 마음에 좋은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 내가 왠지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았습니다.
나를 위한 글쓰기
요즘도 매일 글을 씁니다.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한 글입니다. 내 느낌, 생각, 감정을 글로 옮겨 적어요. 그 글을 다시 읽으며 저라는 사람을 이해합니다. '난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난 이럴 때 이런 생각과 감정을 품는구나'라며 제가 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글을 쓰며 깨닫습니다. '내가 나로 태어났는데 나로 살아가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 난 진짜 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진짜 나는 누구일까?' 오만가지 생각과 고민을 글로 풀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군지, 뭘 원하는지, 왜 속상한지 하나씩 알아갑니다. 그 누구도 저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온갖 비밀을 스스로 독학하며 배워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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