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배우가 25년 만에 함께 만든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개봉했다.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은 우리 삶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 짧은 여섯 글자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을 갖는다. 때로는 책임을 피하는 변명이 되고, 때로는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가 된다.
투자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흔히 실패의 변명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2020년 팬데믹 초기, 나스닥 지수가 급락했을 때 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팔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시장은 반등했고, 기다린 사람들은 오히려 큰 수익을 얻었다. 여기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변명이자, 조급한 결정을 합리화하는 구실이 되어버린다.
반대로 장기 투자자의 태도는 달랐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한 사람들은 일시적인 하락을 ‘어쩔 수 없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단기 변동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음을 알기에, 오히려 인내하며 버텼다. 이때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변명이 아니라 위로와 철학이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장기적 흐름을 믿는 힘이 된 것이다.
배당 ETF를 보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당금이 줄어드는 해가 올 수도 있고, 환율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는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 위로하며 장기 보유 전략을 이어간다. 그 결과 10년, 20년이 지나면 배당과 복리가 쌓여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 후회 없는 결과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시간을 믿는 태도’에서 나온다.
인생 역시 다르지 않다. 때로는 직장에서의 실패, 관계에서의 상처, 건강 문제 등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을 마주한다. 그럴 때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패배의 개념보다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준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다. 그것을 변명으로 쓸지, 위로로 쓸지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투자의 세계든 삶의 여정이든, 중요한 건 후회와 집착을 줄이고 다시 준비하는 용기이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 그다음 걸음을 내디딜지, 아니면 제자리에 멈춰 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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