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시간에 기억된 삶… 한 남자의 회한이 음악처럼 흐른다”
금주법 시대의 브루클린, 천재 소년들의 시작
영화는 1920년대 브루클린 유대인 빈민가에서 자란 소년 ‘누들스’와 친구들의 범죄적 우정으로 시작합니다. 소매치기, 사기, 도박판과 절도는 그들에게 단지 생존 수단이 아니라 삶의 첫 정체성입니다. 그러나 그 삶은 폭력과 금주법이라는 미국 역사와 맞물리며, 결국 단순한 탈선이 아닌 정체성의 뿌리가 됐습니다. 권력과 돈, 충성과 배신 사이에서 소년들은 적잖이 흔들립니다.
시간의 파편, 플래시백의 시성(詩性)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전형적 연대기 구조가 아닙니다.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는 과거·현재·꿈이 뒤섞인 플래시백 구조로 인생 전체를 시처럼 풀어냅니다. 오래된 전화벨, 오리날리던 프리스비, 오피움 연기 속의 꿈처럼 기억은 흐르지 않고 부유하며, 관객은 그 속에서 감정의 무게를 느낍니다.
누들스와 맥스, 선택과 배신의 운율
성인이 된 누들스(로버트 드니로)와 맥스(제임스 우즈)는 사업, 정치, 사랑 앞에서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누들스는 충성, 맥스는 야망. 그들의 우정은 내부에 파국을 품은 채 성장합니다. 배신의 순간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라, 오래된 동맹의 부식을 드러내는 인간성의 파열음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열광 없는 음악, 화면 너머의 아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장엄하기보다 애잔하며, 화면에 흐르는 시간과 감정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표 하나하나는 누들스의 회한, 그리움, 아픔을 직접 말하지 않아도 전합니다.
복원된 원본, 그리고 전설이 된 완성도
원래 의도된 229분 버전은 칸 영화제에서 1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고, 이후에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재평가되어 왔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139분으로 대폭 편집되어 원작의 시공간 구조가 훼손됐고, 상업적으론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십 분의 추가 복원과 함께 완전판이 공개되면서 레오네의 진짜 연출 의도와 구조적 시학이 복원된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습니다.
감성 후킹 문장
“한 시대의 인생을 지우려면,
전화가 울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당신의 전부였다면…”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는 단지 갱스터 영화가 아닙니다. 이것은 친구, 배신, 회한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시간 예술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복수도 야망도 아닌, 오히려 사람의 흔적이 시간에 묻어 사라지는 방식을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감독 레오네, 편집 바랄리, 음악 모리코네, 그리고 셀 수 없는 연기자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모여 인간의 기억을 시각과 청각으로 재현한 영화적 연금술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Yv3OPd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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